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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느 오후

노랑조아 2024. 10. 6. 01:29

고등학생 때 교정을 걷다가
나는 오늘을 평생 그리워하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청춘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던
그 날의 생생한 삶을
나는 지금껏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런 날을 또 만들었다

인천의 한 조용한 동네
길가에는 할머니들이 앉아있고
9월인데도 한여름인 양 해가 뜨거운
주인장 밖에는 아무도 없는 가만한 서점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앉아 책을 읽다가
그만 피곤해 엎드려 쉬면서
자박자박 책장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아 나는 오늘을 오래도록 그리워하겠구나
생각했다

오래도록 그리워할 날을
많이 만들어줄게
별 것 아닌 좋은 날들을
가만가만 살아가보자

2024.9.18. 페이스북에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