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조아 나의 집에는 싱크대가 있다. 수세미 열매를 말린 노란 수세미가 있다. 나의 집에는 W가 있다. 저녁밥을 같이 해먹고 커피잔을 닦는다. 그런 날이 있었다. 나의 집에는 무거운 바위가 있다. 보이지 않는 바위가 있다. 웃다가도 숨이 가쁜 날이 있다. 가을 야구 시즌이 시작되었다. 나의 집에는 TV가 있고 등받이 의자가 두 개 있다. 나란히 앉아 시즌 내내 부진한 야구선수를 응원하는 저녁이 있다. *불량언니 작업장 이성미 시인과 함께하는 시 워크샵에서. *초안을 쓰고, 선생님이 대대적으로 고쳐주셨다. *선생님은 내게, 마지막에 종합결론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하지만 모태신앙은 설교식 결론에 익숙하다고요). *내가 보는 야구 경기는 최강야구일 뿐이지만 시를 꼭 사실대로 쓸 필요는 없다😝 *정근우 선..
윤진화,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노랑조아 그 해 여름에 우리는 쇠막대기로 기둥을 세우고 비닐 천을 둘러 비를 막았지 아무도 반기지 않는 곳에서 일부러 크게 소리지르고 시끄럽게 굴었어 여느 하루가 얼마나 시끄러웠든 더럽고 소란스러웠든 밤이면 집으로 들어가 씻고 TV나 보면서 북아현동 김씨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그 해 여름에는 저녁이 내려도 영 익명이 되지 못했다 대도시의 밤은 어찌나 밝고 바쁜지 식어버린 해가 계속 떠있는 것 같더라 일단은 눕자 일단은 눈을 감고 쉬자 쿵쿵거리는 공사 소리 자동차 소리 익숙한 매연을 실컷 들이마시고 나면 새하루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출근을 하고 너는 차갑게 씻은 살구랑 요거트랑 샌드위치를 들고 또는 김밥이랑 물이랑 두유를 들고 심지어는 한약을 들고서 보기에도 시원한 미소를 하나가득 안은 채 찾아온다 멋모르고..
- 노랑조아 양양의 파도를 즐기며 서핑을 하고 모닥불을 피워 개울에서 잡은 물고기를 구워먹었다 무서워하는 애인을 닥달해 패러글라이딩을 했고 아름답고 오래된 도시에서 종일 걸어 다녀도 지치지 않았다 온 종일 배를 타고 놀다 돌아오니 바구니에 먹을 것이 가득 노래하고 춤추고 토마토를 던지며 노는 사람들과 어울렸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소리 높여 떠들고 맥주를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어떤 슬픈 사건도 벌어지지 않고 모두 행복했다 오키나와는 아름답고 슬픈 섬 초록나무를 만나 실컷 울고 밤새 수다를 떨었다 . . .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시 쓰기 워크샵에서 '뒤죽박죽 10문장 쓰기' 한 것을 시인 척 정리했다. 시 워크샵 너무 좋았음. 왜 이제 했지!!! 남은 시간도 기대된다. * 사진은 퍼왔음 2024.9.3...
작년 이맘때 쯤,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며 속상해하다가 만든 곡이 있어요. 가사를 쓰고 흥얼흥얼 녹음해서 만든 곡인데(아님. 아이폰에 흥얼거린 걸 이지음님이 악보로 옮기고 편곡하고 녹음해주고 반주 입히고 또 이래저래 만져서 완성됨. 곡 어딘가에 이지음 뼛가루가 있을지도;; 쿨럭쿨럭) 창피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들려주었다가- 이제 일 년 쯤 되었으니 슬쩍 꺼내봅니다. 헤헤. 악보보다 키를 좀 높여서 불렀던가 그런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 링크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 2019.6.11. 페이스북에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