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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kakaocdn.net/dn/wtYYu/btsJWWrKLWS/aW5qxvYoKAedGElW3FMQlk/img.jpg)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을 일구고 있는 이들, 정직하게 노동하는 이들의 귀함과 수고로움을 아십니다. 하늘을 날아 이곳저곳에 가닿는 비행기, 누군가는 반가운 이를 만나러, 누군가는 생전 처음 해보는 여행의 설레임을 안고 머무르는 곳에, 노동하는 이들의 살뜰한 수고가 어려있습니다. 모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빠르게 청소하고 실내를 소독하고, 그 근실한 노동 덕에 비행기는 새것처럼 깨끗해지고, 누군가는 또 다시 어디론가 떠나는 설레임, 또는 돌아가는 그리움을 안고 안락함을 누립니다. 이 모든 것은 노동이 있기에, 노동자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회사와 노동자와 승객 모두가 서로 이어져, 같이 만드는 역사입니다.
하나님, 그렇지만 기업은, 함께 일하는 노동자를,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실현하는 주체를 동료가 아니라 비용이라고 여겼습니다. 유래 없는 전염병이 돌아 경영난이 났을 때, 회사는 그동안 함께 살아온 노동자들을 지킬 수 있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희망퇴직과 무기한 무급휴직을 강요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요. 함께 살아온 노동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자기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존엄한 인간임을 부정하지 않고서는 결코 그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노위, 중노위, 법원까지도 이 해고가 부당하다 판결하였지만 회사는 그간 해고자들에게 지급했을 임금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이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님, 이 몰염치함을, 또 노동자들의 원통함을 어떻게 풀 수가 있을까요.
하나님. 예수께서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어, 수건을 두르고 무릎을 꿇고서, 흙먼지와 오물이 묻은 신을 벗기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종일 걸으며 수고했을 발을, 사는 동안 압제를 피하고 살 길을 도모하느라 언제나 고단했을 발을 두 손으로 어루만져 씻기셨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오늘,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의 발을 씻어주실까요. 천막농성과, 삼보일배와, 노동청 점거, 50리길 걷기, 오체투지, 단식농성, 경찰조사, 법정소송까지, 700일이 되어가는 동안 굽이굽이 고단했을 우리 노동자들의 발을,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감싸고서 씻어주실까요.
주님. 지금은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그리고 고난주간입니다. 주님의 고난과 죽음이, 고통과 두려움에도 멈출 수 없었던 그 걸음이 얼마나 뜨거운 열망을 담고 있었는지 우리는 압니다. 사람의 얼굴을 잃어버린 압제자들에 대한 분노와, 고통의 신음을 높이고 있던 약자들을 향한 타는 듯한 마음이 주님을 십자가로 몰아갔음을 압니다. 당신의 고통과 외로움과 그리고 포기할 수 없던 사랑을 우리가 압니다. 그러므로 주님, 이제는. 주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수건을 두르고 무릎을 꿇어, 서로의 발을 씻기게 하소서. 주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주의 사랑하는 이들, 주의 이름을 입은 그리스도인들이 달려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의 고단한 발을 감싸게 하시고, 이들이 존엄을 되찾을 때까지, 사람의 얼굴을 잃어버린 이들이 회개할 때까지, 그리스도의 사랑의 증거가 되게 하소서.
우리를 위해 고난 받으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2년 4월 14일 목요일, 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54차 목요기도회 기도문, 노랑조아(불.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