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달이 동그랬다. 오늘은 엄마가 보고싶다. 엄마는 고단하다. 나는 배가 고프다. 내일은 고단한 엄마의 삶에 손을 좀 도우러 부천에 가기로 했다. 엄마는 맛있게 담가놓은 김치를 주려고 나를 기다린다. 지난 번에 쌀이랑 찬이랑 잔뜩 가지고 오셨을 때, 짐이 많은 나머지 김치통을 차 옆에 두고는 싣지 않고 출발해버렸다고 했다. 분명 집에서 김치통이 나갔는데 우리집에도 차에도 남아있지 않아 결론적으로 그렇게 추론했다. 우리 엄마가 맛있게 담근 김치, 누가 가져가서 기쁘게 먹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버려지지 않았을까 싶어 슬프다. 자식을 먹이려는 어미의 사랑이 김치통에는 담겼지만 차에 실리지를 않아서, 길바닥에 뚱하니 서있다가 버려졌을 걸 생각하니. 사실 사랑의 대부분은, 타인에게 보내는 깊은 마음의..
“예수께서 그가 우는 것과 또 함께 온 유대인들이 우는 것을 보시고 심령에 비통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기사…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오늘 영광제일교회 주일예배 말씀 본문에서, 예수님은 마리아가 그의 형제 나사로를 잃고 우는 것과 또 그를 사랑했던 유대인들이 우는 것을 보시고 ‘심령에 비통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기사’ 눈물을 흘리셨다. 예수께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에 비통해하며 눈물을 흘리셨다는 대목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서, 마치 무방비로 해변에 있다가 파도를 맞은 느낌이었다. 파도에 휩쓸려 깊은 곳에 쓸려 내려간 기분이랄까. 나는 언젠가부터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죽어버렸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 어머니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살아가며 ‘산다는 것’의 형..
고등학생 때 교정을 걷다가 나는 오늘을 평생 그리워하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청춘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던 그 날의 생생한 삶을 나는 지금껏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런 날을 또 만들었다 인천의 한 조용한 동네 길가에는 할머니들이 앉아있고 9월인데도 한여름인 양 해가 뜨거운 주인장 밖에는 아무도 없는 가만한 서점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앉아 책을 읽다가 그만 피곤해 엎드려 쉬면서 자박자박 책장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아 나는 오늘을 오래도록 그리워하겠구나 생각했다 오래도록 그리워할 날을 많이 만들어줄게 별 것 아닌 좋은 날들을 가만가만 살아가보자 2024.9.18. 페이스북에 적다.